알량한 자존심이 무엇이길래
토요일 아침, 뒷뜰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담배 한대 피우고
집안으로 들어와 컴을 열고 이메일을 열자 전화 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야, 너 지난 금요일 온다더니 왜 안왔어? 동갑내기
친구의 전화다.
나 지난 14일 아사 했는데 전기와 전화를 끊어야 되는데..
니가 좀 도와줘, 할 때 손녀 레니가 하부지 굿 모닝 하면서 들이 닥쳤다.
나 지금 바쁘니까 한시간후에 전화 할게!
손녀가 극성 스러워 손녀가 집애 왔을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82년에 이민을 온 친구는 성경 구절은 줄줄이 외울 정도 인데 도무지
영어는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도 답답해 이친구가 내 입을 빌릴 때마다,
너 하루에 영어 단어 1개씩만 외워도 1년이면 365개의 단어를 외울수
있잖아, 근데 왜 영어 공부 할 생각을 안해! 쇠기에 경읽기 인줄 알면서
친구에게 무안을 주지만, 그래도 이친구가 영어 공부는 뒷전 이유는 동포사회
에 뭍혀 살면 영어를 못해도 사는데는 별 지장이 없어서 영어를 배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영어로 너 죽인다고 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늙은이로 변했다.
지난해 4월, 집을 포기하고 이사를 한 이친구의 냉장고와 세탁기등 무거운
짐을 실어다 준후 내 트럭 바퀴 한쪽 베어링이 터져 245불을 들여 수리를 했으나
친구에게 자동차 수리비 달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14일날
이사를 하는 친구가 내 차를 이용하고 싶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번에는
아프다는 핑게로 못본체를 했다.
손녀가 돌아간후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전기회사 구좌 번호를 달라고 하자 이사
하는날 전기세를 내고 고지서를 몽땅 버려 없다고 했다. 야, 너 장가가는 새신랑이
남자의 거시기를 두고 간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너 같은 X을 두고 한 말인것 같다.
전화로 내일을 처리하기도 귀찮은 세상에 전기새 고지서를 버렸다는 친구의 말에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없다.
친구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가지고 전기회사에 전화를 했으나 전화번호가 친구의
주소와 일치 하지 않아 전화를 끊고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운전면허증 번호를
받아 그걸 이용해서 전기를 끊고 써비스를 새로운 주소로 신청했다.
전화회사에 전화를 하자 주말에는 고객 써비스가 없으니 평일날 전화하라는
녹음이 들렸다. 전화 회사가 한참 잘 나갈때는 1년 365일 24시간 고객 써비스가
제공 되였으나 인태넷 전화가 대중화 하면서 일반전화 회사의 써비스가 줄었다.
이사가는 사람들 전화와 전기를 끊고 옮길때 나는 항상 내가 아닌 친구나 이웃으로
위장을 해서 전화로 문제를 해결 해주고 있다. 본인 아닌 제삼자라고 할때
이것저것 획인하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근무하는 회사에 영어로 도와줄 사람이 많아도 나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바로 직장 동료들에게 그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 알량한 자존심이 무었인지, 아무리 지켜 주어도 돈 이나 밥이 나오지 않고, 또
출세를 시켜주지 않는데도 인간들은 실날같은 그알량한 자존심의 끈을 놓지 않고 친구인
나에게 아침 부터 욕을 보따리로 먹으며 부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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