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부터 하루종일 초속 2-30마일의 남풍이 불며 뒷담장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서풍이 불어 담장을 지탱하는
기둥 한개가 흔들려 빠지자 담장이 안쪽으로 기울어 버팀목으로
막았으나 남풍이 불자 버팀목까지 흔들린다.
해가지자 집은 바람에 흔들리며, 삐거덕 소리를 내는 담장 소리가
소를 몰던 서부의 카우보이들이 옛날에 떠나간 고스트 타운(Ghost town) 에
나홀로 남아 쓸어져 가는 집안에 앉아 바람에 지붕이 날아가고
문짝은 삐거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치 유령의
비명처럼 밤새들려온다.
아침이 되자 바람은 그치고 해가 떠오르자 갑자기 선지 해장국이 먹고 싶다.
내가 먹고 싶은 선지 해장국은 사진에서 처럼 선지와 소의
내장이 듬뿍 들어 있는 해장국이 아니다.
머~언 옛날, 청진동 헤장국 골목에서 먹었든 선지 해장국,
뿌연 사곡국물에 푹삶아진 야체가 입어 넣으면 씹히지도 않고,
살이 한조각도 없는 소뼈 몇개와 몇점의 감붉은 선지 덩어리가
떠있는 옛날의 해장국이 아아침 내가 먹고 싶은 선지 해장국이다.
해장국과 함께 깍두기를 입어 넣고 우적우적 어금니로 깨물어 먹을때,
담백한 해장국 육수맛과 어우러져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깍두기 맛에 정신이 번쩍나며, 미국식 한식을 매일 먹어 느끼했든
내 입맛은 일순간에 씻겨 나가자 눈치 코치도 없는 배는 사정없이
곺아오며, 선지 해장국이 더 먹고 싶어 입안에 침이 고여 꿀꺽 삼킨다.
바람부는 언덕 고스트 타운, 쓰러져가는 방안에 앉아
뚝배기로 성벽을 쌓고, 뿌연 육수로 뚝배기 성의 해자를
채우자 하얀 물안개가 떠오르며, 초원의 언덕을 덮어 이 늙은 부사관은
물안개 속으로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Yo-Yo Ma -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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