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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페이지 소설

아내와의 약속

크리스마스 이브,
회사가 문을 오후 한시에 닫으며, 그는
매년 크리마스 이브에 회사에서 주는 작은 선물 하나 받아들고
동료들의 성탄인사를 뒤로하며 바쁘게 회사문을 나섰다.

오후 한낮의 겨울,빌딩숲 사이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은
허름한 그의 낡은 오버코트속을 매섭게 파고드들어 한기에 몸이
떨려옴을 느꼈다.


오버깃을 세워 목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으며 그는
어딘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회사에서 받은 작은 성탄절 선물박스 안에있는
크리스마스 카드 봉투속에는 회사에서 년말에 주는
상여금이 함께 들어있고,올해도 정확하게 얼마가 들어있는지를
떠올리며,종로삼가 금은 방이 밀집해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숙인체 익숙하게 낮익은 길처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그는 먼저 종로삼가 지하
상가로 내려갔다.지하상가에 있는 금은 방들을 밖에서 서성거리며
진열대에 놓여있는 귀금속 진열품을 들여다 보며 무엇을
살 것인가를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처럼, 몸을 녹이며
구경하기 시작했다.

십여분?몸이 풀리자 그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그리고 규모가
큰 금은방으로 자신있는 표정을 지으며 걸어 들어갔다.아내와
함께 결혼전에 이곳을 한번 왔었든 금은방이었다.

그는 십여년전 아내와 이곳에 왔을때, 아내는 몇개의 보석
반지중 아주 적은 2부다이야몬드가 박힌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보고
미소지으며,
여보
이반지 어때요,
하면서 반지낀, 길고 하얀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올려 보이며,내손에 꼭맞아요,
나에게 잘 어울리지요?
하면서 아내의 행복해 했든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아내에게 약속했다.내가 돈을 벌면 그때는
꼭 이반지를 사 당신손에 끼워줄께!
하면서 가난한 그는 아내를 위로했었다.

그는 지금 10 년전 아내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점원에게
백금에 얹혀있는 적은 다이야몬드가 박힌 반지를 몇개 보여 달라고 했다.

점원이 진열대에서 골라낸 3개의 반지중에서 그는 아내가 손에 끼워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든 반지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더큰 크기의 다이아 반지를 골랐다.
아내가 끼워 보고 좋아했든 다이아보다 큰 반지를 손에들고 그는 점원에게
이반지는 얼마지요?하고 물었다.

백만원입니다,점원이 대답하자, 그는
서슴없이 큰소리로 자신있게
이것으로 주십시요,하면서
그에게는 거금인 백만원을 꺼내 점원에게 지불하며,
아내에게 줄 크리마스 선물입니다, 예쁘게 포장해 주십시요!
하며 점원에게 부탁 했다.

점원에게서 예쁘게 포장된 반지를 받아 주머니에 넣은 그는
금은방 문을 나왔다.세차게 부는 북풍은 구름을 몰고와 하늘을
잿빛 구름으로 덮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이 반지를 받고 손에 끼우면서
얼마나 기뻐할까! 하는 상상만 으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구름덥인 잿빛 하늘에서는 크리마스 이브에 흰눈을 내려 세상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려고 작정이나 한듯,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훨훨 대지위에
내리기 시작했다.그는 발걸음을 재촉해서 큰길로 나가 택시를 탓다.

기사에게 갈곳을 말하고, 그는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뒷자석에서 지굿이 눈을감고 편환자세로 택시 뒷좌석에 누워 아내의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눈을 감자, 따듯한 자동차 히터의 열기에
몸이 풀리며 단잠에 빠졌다.

그가 잠든사이,한시간을 달려온 택시는 산길 아래 멈췄다.
기시는 손님 다왔읍니다, 하며 뒷자석에서 아내의 기뻐하는
행복한 모습을 생각하며 단잠에 빠져있는 그를 깨웠다.

택시기사에게 요금을 지불하고 감사합니다, 하며
치사를 한다음 그는 아내가 있는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제 눈은 지척을 분간 할 수 없이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며 그의
머리와 어깨위에 내리기 시작했다.그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아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내가 외롭게 혼자 누워 있는곳에 도착하자,
그는, 여보 춥지않아!
하면서 아내의 묘비명 위에 덥인 소복히 쌓인 흰눈을
손으로 쓸어내렸다.그리고 얼은 손을 입김으로 불어 녹이며
주머니에서 아내에게 줄 선물을 꺼내 포장을 풀었다.

그는 그반지를 아내 이름이 새겨져있는 화강암 묘비명위에
놓으며, 여보! 나 당신과의 약속을 지켰지! 자 한번 손에 끼어봐!
잘 맞을거야!그동안 별일없었지? 나와 애들도 별일없이 잘있어...

내리는 눈은 아내에게 약속한 반지와 묘비앞에 앉아있는 그를
덮으며 밤새 내리고 있었다.



[몇년전에 쓴 단편입니다. 초원에는 진눈깨비가 하루종일 내리면서

겨울 바람이 세차게 불어  겨울밤의 정취를 오랫만에 느낍니다]